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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10일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제도와 선거구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그간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늘 지적됐음에도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이번에도 위법상황을 모른 체 방치하고 있다.
첫째, 선거제도 관련한 문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그간 가장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받아 시행되었던 것이 바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간단하게 말하면 민심을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존재 의의에도 부합한다. 가령 국민의 1% 지지만 받아도 300석 중 산술적인 계산으로 3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 국회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겠다는 이유로 3%라는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기득권 양당을 비롯한 거대 정당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허용해왔다. 거대양당은 전국적 범위에서 그들의 지지표보다 늘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왔고, 이른바 ‘사표심리’가 횡행하여 진보정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당들의 국회진입을 막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완전한 연동형’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대한 가깝게 가보자는 것이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기득권을 절대로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거대양당의 꼼수로 탄생한 ‘위성정당’이라는 괴물에 무참히 짓밟혔다. 법을 만들고 누구보다 준법에 투철해야 할 국회에서 자행된 편법·탈법의 상징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이 무참한 ‘민주주의 난도극’에 대하여 거대양당 모두 공식적인 국민 사과를 한 적도 없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다시 이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망발까지 흘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제도를 고민하지 못하겠으면 현행 제도 위에서 ‘위성정당 금지’를 엄격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국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문제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제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현재 300석의 국회 의석 중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따라 지역구 의석의 숫자, 그 경계와 범위가 달라진다. 애초 선거구획정안 법정 제출기한은 지난 3월 10일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의도적인 태업 속에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도 망연자실 손가락을 빨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의 전제조건을 확정해줘야 획정위의 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발 좀 선거구 획정 기준을 확정해달라’고 하소연까지 하고 있겠나.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방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활동 자체가 일상적인 대민접촉 과정이며 넓은 범위에서는 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진보정당 등 군소정당 입장에서는, 그리고 양당 안에서도 정치신인은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하여 불확실한 제도 때문에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동탄과 같이 인구의 변동으로 선거구가 재논의되어야 할 지역은 어느 곳으로 예비후보등록을 해야 할지부터가 난감해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거제도를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 현역 의원들에게는 거꾸로 달콤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핵심은 ‘공정함’이다. 공정성이 없는 선거는 원천무효라는 것은 유치원생들도 다 안다. 게다가 엄연히 현행법에서는 선거 1년 전, 그러니까 내년 총선의 경우 지난 4월 10일까지는 제도를 확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현행법까지 어겨가면서 스스로 이권을 챙기고 불공정한 선거를 획책하는 중이다.
법에 명시된 1년 전까지 선거제도도 확정하지 못하는 의원들이라면, 현역 의원들은 모두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그 자격을 박탈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