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계약의 무효와 취소, 해제와 해지
신원용 변호사
법률사무소 혜안(慧眼) 대표변호사
민사/형사/가사/행정/지적재산권
편집부
기사입력 2019-09-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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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계약이 존재하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들은 강행법규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계약이라도 체결이 가능하다(물론 예외적으로 체결의 방식과 효력 등에 관하여 일정한 제약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우리 민법은 그중 가장 빈번한 형태의 계약을 15가지로 분류해 두었는데 이를 ‘전형계약’이라고 한다. 증여, 매매, 교환, 소비대차, 사용대차, 임대차, 고용, 도급, 여행계약, 현상광고, 위임, 임치, 조합, 종신정기금, 화해가 그것이다. 전형계약이든 비전형계약이든 계약상 어떤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당사자들은 ‘이 계약은 무효다’, ‘계약을 취소하겠다’, ‘계약을 해제하겠다’ 등의 표현을 흔히 쓰지만, 사실 이미 성립된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계약(법률행위)의 무효는 그 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103조), 불공정한 법률행위(104조), 강행법규를 위반한 법률행위(제105조), 상대방이 안 비진의표시(107조), 통정허위표시(108조) 등에 해당할 경우 주장할 수 있고, 계약(법률행위)의 취소는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109조),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110조) 등에 해당할 경우 주장할 수 있다. 계약의 무효는 당사자의 주장 여부와는 상관없이 계약이 처음부터 당연히 무효인 것에 비하여 취소는 당사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계약의 효력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해당 민법 규정들은 추상적인데다가 만약 법원에서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쉽게 인정한다면 거래 안전을 해하게 되므로, 실제 재판에서 계약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음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계약해제권(543조)은 계약당사자 간에 미리 해제 사유 등을 정하여 놓았거나(약정해제권), 이행지체(544조), 이행불능(546조)을 비롯하여 법에서 따로 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법정해제권)에 행사할 수 있다. 계약해제권의 발생 사실은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많기에 실제 재판에서 계약의 무효, 취소보다는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편이다. 한편 계약의 해지(543조)는 임대차, 고용, 위임계약 등 ‘계속적 계약’에서만 주장할 수 있다. 해지권 역시 해제권과 마찬가지로 약정해지권과 법정해지권이 있다. 계약을 해제하면 그 계약이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지만 계약의 해지는 장래에 대하여만 효력을 잃는다.
이처럼 계약의 무효와 취소, 해제와 해지를 잘 구분한다면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도 작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